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4월 23일 이날따라 왠지 독서가 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라

990원에 구매해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초판본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가 오늘이 마침 세계 책의 날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알려줬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 "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줄거리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존스 농장에 살던 동물들이 

늙은 메이어라고 불리는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 돼지의 연설을 듣고

존스의 착취에 대항하고, 인간들을 내쫓아 일의 노예에서의 해방이라는 이상을 쫓아 

오직 동물들이 농장의 실권을 잡는 동물주의 혁명을 계획하고 성공하지만

행복은 잠시, 농장의 주인이 인간에서 권력을 가진 돼지(새로운 독재)로 바뀌었을 뿐, 

결국 바라던 자유를 찾은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1945년 처음 출판된 이 책을 2025년에 읽으면서

기술의 발전으로 조금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간 사회의 본질이란건 그다지 달라진 게 없구나.

냉전시대를 살아온 사람들과 비슷한 고민을 지금도 하고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농장 건물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다란 목초지에는 작은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농장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작은 언덕을 살펴본 스노볼(돼지)은 

이곳이야말로 풍차를 세울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풍차는 발전기를 돌리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농장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전력은 외양간에 전깃불을 들어오게 

할 것이고, 겨울엔 난방을 공급할 것이었다. 또한 회전 톱, 볏짚 절단기, 사탕무 절단기, 

전기 착유기도 전력을 활용하면 무난히 사용할 수 있었다. 

동물들은 전엔 이런 말을 아예 들어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농장이 구식이라 지극히 원초적인 기계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노볼은 환상적인 기계들을 말로 설명해 보이면서

그것들이 동물의 일을 대신해 줄 것이며, 그러면 동물들은 들판에서 편안히 

풀을 뜯어 먹거나 독서와 대화로 정신 수양을 할 수 있으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동물들은 놀라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는 마치 우리가 AI, 4차 산업혁명, 강 인공지능 시대에 

바라고 있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AI가 발달하게 되면 당장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만,

앞으로는 사람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은 자기 계발이나 정말 하고 싶었던 걸 하면서 살게 되는 

멋진 시대가 올 거라고. 


이 이야기는 그런 건 사탕 발린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번엔 사실일 수도 있다. 정말 사람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심이 든다. 일제강점기, 권력자들이 편하게 살기 위해 식민지 인프라에 투자했듯.

AI의 발전, 강인공지능의 출현도 권력자들이 편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사람들의 노동강도는 그대로 라면? 오히려, 머릿수가 줄어들게 되면

사람들은 더욱 착취당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캐드나 솔리드웍스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 

직접 종이에 연필과 자를 사용해 도면을 그리던 설계사들은

한번 실수해서 선을 잘못 그으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했다고 한다.


지금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빠르게 도면을 그릴 수 있게 되었으니

설계사 한 사람의 생산력은 많이 올라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강도는? 줄어들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설계사의 한탄 섞인 글을 본 적이 있다.

종이에 도면을 그리던 시절엔 1년이 걸려도 별말이 없었지만,

지금은 1~2주만 지나도 아직 도면이 완성되지 않았냐고 닥달한다고 한다.


AI의 발전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삶 또한 실제로는 이렇지 않을까 싶어 불안하다.


두 번째는 연금과 관련된 이야기다.

"동물농장의 법률이 처음 제정되던 초창기에 은퇴 연령은 다음과 같이 결정되었다.

말과 돼지는 12세, 암소는 14세, 개는 9세, 양은 7세, 암탉과 거위는 5세였다.

노령연금은 후하게 합의되었다. 아직 실제로 은퇴하여 연금을 받는 동물은 없었지만,

최근 그 문제가 점점 더 많이 논의되었다. 과수원 너머 작은 방목장에 보리를 심기로 한 

상황에서 큰 목초지의 한구석에 울타리를 쳐서 노쇠한 동물들의 보금자리로 만든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말의 경우엔 하루에 옥수수 5파운드, 겨울엔 건초 15파운드가 제공되며

공휴일엔 당근이나 사과가 제공될 것이라고 했다. 복서의 열두 번째 생일은

내년 늦여름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중략


그 뒤로 몇 년이 지났다. 계절이 왔다가 갔고, 짧은 동물들의 삶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는 클로버, 벤저민, 까마귀 모지즈, 그리고 몇 마리의 돼지들을 빼고는

아무도 반란 이전의 시절을 기억하지 못했다.


클로버는 이제 늙고 뚱뚱한 암말이 되었다. 관절은 뻣뻣했고,

눈에서 점액이 분비되는 일이 잦았다.

그녀는 은퇴연령보다 두 살 더 많았지만, 실제로 은퇴한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

목초지 한구석을 노쇠한 동물들을 위해 내준다는 이야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결국 어떤 동물도 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연금개혁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동물농장의 동물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이대로는 점점 비대해질 노인인구를 

적은 수의 청년들이 모두 부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알고 있을 뿐이다. 미래에 우리는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점점 비싸져만 갈 뿐인 연금을 내는 수밖에 없다. 

내지 않으면, 국가에서 모든 은행 계좌를 강제로 압류해버릴 테니까.

돼지들의 폭거에 반항했던 암탉들을 나폴레옹이 사료 배급을 끊어 굶겨 죽였듯이.

(이때 9마리의 암탉이 굶어죽었지만, 콕시듐 병이 사망원인으로 거짓 발표되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청년은 무력한 암탉과도 같다.


지금까지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 이지만, 이제는 13%로 인상되었고

나중엔 18%, 25%, 35%, 45% 점점 상승될 것이다.

애초에 점점 줄어가는 청년들의 소득만으로는 늘어가는 노인인구의 연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될 테니. 


연금수령 나이까지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은 사람도 안심하긴 이르다.

돼지들과 스퀼러가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 사람들을 선동하며 

동시에 연금수령 연령도 높이려고 할 테니. 


실제로 2018년 기준 러시아 남성의 평균수명은 66세이지만,

연금수령이 가능한 나이는 65세로, 기존의 60세에서 5년이나 늦춰져 거센 항의가 있었다.

평생 동안 수익의 일부분을 연금으로 지불하고, 고작 1~2년 받고 죽는 셈이다.


노예와 자유인의 차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페이지 수가 90장 정도로 길지않은 책이다.

1945년에 출반된 이 짧은 책이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동물들이 운영하는 농장의 이야기를 현실과 빗대어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990원짜리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